Sensible City:

강우현상을 이용한 도심 속 체험형 휴게공간에 대하여

digital drawing
modeling
2021
본 작품은 점점 가속화되는 도시의 고층고밀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 시작한다. 증가하는 도시인구와 공간수요는 더 높은 용적율과 건폐율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서울은 녹지비율이 낮지 않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여전히 서울을 회색 빛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휴식을 위해 도시보다는 도시 외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이는 단순히 도시에 공원을 조성하거나 식재를 심는등의 변화로 개선할 수 없는 문제임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박제된 형태의 자연이 아닌 다채롭게 그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살아있는' 자연이다.
도시 생활이 불가피한 현대사회에서 도시 환경의 질적 향상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간적 비용적 투자를 크게 하지 않고도 ‘살아있는'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도시 공간을 조성하고 도시민의 스트레스 회복탄력성 증진에 기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단순히 자연을 이식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자연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요소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본 작품을 통해 자연의 본질적 요소를 탐구하여 디자인함과 동시에 그 현상을 건축물 내부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여러 감각을 자극하는 강우 현상을 이용하여 탐구하고자 했다.






비가 내리면 잊고 있던 여러 감각이 일깨워진다.
외계(外界)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로 인해 인지하고 있는 공간의 범위가 물리적인 경계너머 무한히 확장(인식)된다.




비의 형태를 담아낸 형상에 관하여 : 시작

비의 행태를 파악하여 그 본질을 최대한 반영한 형상을 구축해보고자 하였다.
타불라 라사의 상태에서 최초의 기준점을 생성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시도를 통해 비의 성질을 기록해보고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고자 하였다.

1)빗물의 시작점을 기록하고자 물이 일정수준으로 투과될 수 있는 성긴 직물로 짜인 4개 층의 거즈를 일정 간격으로 거리를 두어 직렬 배치하였다.
그 후 맨 윗 층에 수성물감을 고루 도포한 거즈를 같은 간격으로 배치, 빗물이 투과하여 물감을 흡수한 후 아래로 떨어지며 물감이 아래층 거즈에 기록되게 유도했다.





비의 형태를 담아낸 형상에 관하여 : 진행

2) 비가 매개체에 머무르며 진행되는 상호작용을 기록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빗물이 매개체에 일정시간 이상 머물러 있어야 했고 동시에 빗물이 매개체와 만나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어야 했다.
입욕제로 알려져 있는 소듐라우릴설페이트를 비가오는 자연 환경에 15분간 노출시켜 빗물의 매개변화를 기록했다.






비의 형태를 담아낸 형상에 관하여 : 종결

3) 비가 종착하며 생기는 변화를 관찰하고자 수분이 흡수되면 응고하는 재료인 벤조나이트를 비가 오는 환경에 10분간 노출하였다.





비의 형태를 담아낸 형상

세가지 실험으로 나타난 비의 형상을 구체화한 형상을 조형물로 제작하여 설계물의 외형적 특징을 결정하고자 하였다.

비는 상호작용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항상 그랬다. 비는 생태계에 활기 불어 넣어 주기도 하지만, 창문이나 지붕을 톡톡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허공에, 창문에 직선을 그으며 내려오는 빗물들을 바라보노라면 세계가, 자연이 나와의 연결선을 그으려는 행동을 하는것 같아 마치 그녀와 함께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비가 내리고 나면 미미하지만 그 소통의 흔적이 남았다. 창밖에 그어진 세로선과 땅에 빗물로 인해 패여 생긴 자그마한 구덩이들같은 흔적들 말이다.

평소엔 나에게 무심하다고 생각했던 어떤 존재와의 소통경험은 세상을 더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러한 경험이 자연이나 세계뿐만 아니라 사람과 건축물,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간에도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느꼈다.
이 조형물은 그러한 소망과 함께 생겨났다.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 같은, 조망만 해야한다고 여겼던 작품에 물을 붓는 행위로 작품과 소통을 하며 관계를 갖는다. 이러한 행위들이 쌓이며 작품은 물로 인해 패이거나, 물들거나, 깎여나가는 등의 변화를 맞이한다. 시간이 흐르며 조형물을 매개로 관객과 관객이 소통하며 변화하는 작품인 것이다.



비의 형태를 담아낸 공간

물의 성질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조형물의 형태를 최대한 존중하여 건축화 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차가운 성질의 쇠봉을 건축물의 기둥으로, 물이 떨어지며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갖는 거즈를 건널목으로, 물로 인해 서서히 변화하는 석고베이스를 마감처리 없는 자연 그대로의 대지로 채택하여 물이 떨어짐에 따라 서서히 영구적으로 변화하도록 의도했다.





피라미드 형태의 얇은 외피

중앙부에 아트리움이 존재할 때 꼭대기 부분의 두께가 얇을수록 채광에 유리하고, 비가 올 때와 같이 물이 외부에 존재할 때에는 경사가 완만할수록 빗물이 건축물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에 피라미드 형태가 건축물 안에서의 강우현상을 극대화 시키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빗물의 특성을 강조하고 방문객이 그 특성을 효과적으로 체험 가능케 하기위해 공간의 형태는 1) 천장에 개구 부가 있어야 했고, 2) 일정 높이 이상이 확보되어야 했으며 3) 피라미드 모양이어야 했다. 가장 효과적인 공간의 형태를 찾기 위해 공간의 넓이와 높이 개구부의 크기등을 고려해 약 140여개의 표 본을 만들어 비교 분석하였다. 만들어진 모형의 스케일은 1/100 이었으며 각공간의 넓이는5,7,10,15m2, 높이는 3,5, 7,10,15,20m였다.개구부의 면적은 각표본 넓이에 따라 1m2 부터 11 m2의 범위 내에서 제작되었다. 그 중 가장 이상적인 15 m2넓이, 20m높이, 4m2의 개구부를 가진 형태가 모체가 되었고 이 형태를 토대로 용도에 맞게 크기를 상향 조절 하였다.





비를 초대하는 얇은 외피의 공간

외피의 두께를 최소화하여 빗소리를 내부에서 선명히 들을 수 있게 유도하는 방법으로 강우현상을 가까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외피에 비가 튕기는 소리, 빗물이 모여 흐르는 소리가 내부에 쉬이 전달되어 그 소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얇고 길게 조성된 개구부는 실 내의 밝기를 다소 어둡게 유지하여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지배적인 시감각을 통제하고 청각, 후각과 같은 준 지배적 감각의 예민성을 향상시켜 인간의 감수성을 자극시킬 것이다. 이는 강우현상과 같은 자연요소를 더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요인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길게 배치된 개구부는 외피 의 경사로 인해 자연스럽게 빗물을 내부로 흘러 들어오게 유도하여 실내조경요소로 사용하고자 한다. 이는 비를 막아내야 하는 방해물로 여겼던 인식을 치환하고 오히려 내부로 ‘초대’함으로써 강우현상을 건축물 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로 만들어내고자 함이다.

천장 개구부의 한 변의 길이는 궁극적으로 외피의 경사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각기 다른 경사도의 벽면 개구부의 위치에 따라 물이 떨어지는 위치가 달라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외피가 둘러 쌓고 있는 공간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즉, 건축공간의 결정요소는 1) 천장 개구부의 크기(외피 경사도의 크기) 2) 벽 면 개구부의 위치이다. 이를 고려해 설계시 아트리움을 면하는 전이 공간의 위치를 구축하였다.

좌) 플라스틱에 비가 떨어질 때의 소리. 둔탁하고 평이한 느낌이 든다.
우) 철판에 비가 떨어질 때의 소리. 경쾌하고 다양한 소리로 생동감을 준다.

빗소리를 효과적으로 내부에 전달하기 위해 건축물 외피의 재료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다. 표면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원할히 내부공간으로 전달되려면 외피의 두께가 얇아야 했다. 동시에 반향성이 일정수준 존재하는 재료로 해당 공간이 구축되어 둥굴처럼 소리가 울려퍼지는 환경이 조성되길 원했다. 나무판, 콘크리트, 철판, 플라스 틱이 재료 후보로 채택되었고 두께가 상대적으로 두꺼워 빗소리 전달에 용이하지 못한 콘크리트와 반향효과를 상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나무판을 재외한 철판과 플 라스틱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 후 실제로 해당 재료에 비가 부딪혀 나는 소리를 관청하기 위해 비가오는 자연환경에 각 재료를 노출시켜 녹취, 비교하였다. 플라스 틱 (5mm 폴리카보네이트)은 다소 먹먹하며 둔탁한 소리가 났고 그와 반대로 철판은 간간히 튕기는 듯한 빗소리가 다소 경쾌하게 기록되었다. 철의 공명하는 특징으 로 인해 비가 떨어지며 부딪히는 소리와 그에 반응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오는 현상이 이용객들에게 인상적 체험을 선사할 것이라 판단하였고 이는 설계물의 주 재료 로 철판을 채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강우현상에 따른 건축물 내 형태변화

비가 오지 않는 보통의 날은 건물 안의 사람들이 여러 군데 고루 분포되어 있다면, 비가 올 때와 같이 기후 변화가 있는 날은 방문객 들이 비가 내리는 모습과 그에 기반한 효과들을 관측할 수 있는 건축물의 가장자리로 집중되는 행태를 띌 것이라 기대한다.
이를 통해 해당 건축물에 자연과 같이 변모하는 미장셴적 특성을 부여하고자 하였고 이는 기후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생기 있는 공간이 되는데에 일조할 것이다.





수직기둥의 구조화계획

수직 기둥은 깊이감을 주는 장치인 동시에 구조체로써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수직 기둥이 단지 장식이 아닌 건축의 필수요소로 작동한다.
각 기둥은 2m 간격으로 촘촘히 배치되었으며 가운데 위치한 4개의 쇠 봉을 제외하면 모두 건물을 지지하고 있다.



도시와의 연계

메인 건물의 형상을 닮은 8개의 folly들을 인접한 강변을 따라 배치하여 자연과의 연결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주변 지역에서의 방문을 유도하고자 하였다.





Sensible City:

강우현상을 이용한 도심 속 체험형 휴게공간에 대하여

인공적으로 조성된 우레탄 언덕위에 기념비적으로 서있는 건축물을 도시 한복판에 배치함으로써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자 했고 나아가 도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방문을 유도하고자 하였다. 지상레벨에서 접근 가능한 출입구는 총 3개이며 이 외에도 2층레벨의 출입구 1개, 강변 산책로와 같은 레벨인 지층에도 1개가 배치되었다. 아뜨리움을 잇는 원형 띠 모양의 다목적 공간은 차음성을 두어 철판으로 이루어져 여러 소리가 공명하는 아뜨리움과 대전시실 사이에 리듬을 부여코자 하였다.

본 작품의 최종 결과물은 도면과 영상으로 제출되었다. 이는 감각의 자극이 주요 논점이었던 본 설계가 단순히 이미지나 도면 등으로 설명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소리나 장면의 변화등을 통해 뜻하는 바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판단이었다.

본 설계작품에서는 도시에서 간과되고 있는 감성과 감각에 주목하고자 하였으며 가장 고층고밀화된 ‘이성적’ 공간에 가장 ‘감성적’인 건축물로 개입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감성적 건축물을 매개로 도시민들이 잊고있던 다양한 감각을 일깨우며 자연과의 조우, 이를 통한 공감각적 치유로 이어지는 경험을 제안한다.